90APT 인터뷰 - 김성재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작가님은 무대, 내레이션, 오브제를 이용하여 퍼포먼스를 하는데 이렇게 구성하신 의도가 있나요?

제가 생각하는 제 작업의 구성하는 요소라고 해야 할까요, 그걸 <오브제, 움직임,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로 보고 있어요. 저는 이 세 가지가 서로를 만날 때 서로에게 필수불가결 했으면 좋겠고, 그 만남으로 인해서 무엇인가 발생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가장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 형식의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제가 관심이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였어요. 뭔가를 손으로 만들고 싶었고, 몸을 쓰고 싶었고, 언젠가 한 번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거죠.

오브제들이 조합되어 어떠한 형상을 띄는데 특정 형상을 의도하여 만드는 건가요?

작업을 할 때 주의 깊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무엇을 위한 무엇은 만들지 않는다” 는것 이에요. ‘흐르는데 단단한 조각을 만들고 싶다’, ‘길쭉하고 미끄러지는 듯한 오브제를 만들고 싶다’, ‘무엇인가가 굴러 갔으면 좋겠다’ 정도의 추상적인 생각은 가지고서 오브제를 만들지만 특정 형상을 의도하거나 구체적인 기능 또는 목적을 위해서 만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대의 경우에는 사실 누구에게 말할 필요도 없고 실제로는 크게 관계는 없는데, 제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미지 같은 것은 있어요. 마치 심상처럼요. 이를테면, <나성>은 LA의 지형, 그곳의 낮은 산과 언덕 등을 생각하면서 만들었고, <삼만불>의 메인무대의 경우엔 계산대 같은 걸 떠올렸던 것 같아요.

퍼포먼스를 보면 오브제들을 만지거나 모양을 변형하고 위치를 바꿔가며 스토리텔링을 하는데 오브제들이 실제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것들인가요?

그런 것들도 있고 아닌 것들도 있어요. 아까 말씀 드린대로 ‘무엇을 위한 무엇’ 이 없기 때문에 작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오브제와 특정 장면의 ‘매칭’ 이 바뀌기도 해요. 이렇게도 해보았다가 저렇게도 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터라 실제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는 아무래도 드뭅니다. 하지만 <나성>의 경우에는 몇 가지가 실제 이야기과 관련이 있는 것이 있어요. 이를 테면, 아버지가 오래 전에 수집하셨던 수석들 중에 집에 남아있던 것이 오브제로 등장하기도 하고, 실제로 당시에 마셨던 맥주병 뚜껑으로 만든 오브제를 움직이면서 술에 대한 나레이션을 하기도 하죠.

퍼포밍중 대사와 스토리텔링은 실제에 기반하여 만들어지나요?

100%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실제 경험에 기반하여 구성합니다. 평소에 원래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것들을 참조할 때가 많이 있어요. 어떤 대사들은 실제로 했던 말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작품의 구조를 위해 실제에서 약간 변형하거나 첨가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퍼포먼스를 하실 때 정확한 스크립트가 있는 건가요? 그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하시나요?

네 명확한 스크립트가 있고 동선과 무브먼트도 다 짜여져 있습니다. 기록영상을 보고 나서 나중에 퍼포먼스를 직접 보게 된 지인 중에 기록영상과 완전히 똑같아서 신기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어요.

퍼포먼스 중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사용하는데 LA와 한국의 기억이나 정체성이 혼재 되어있다는 지점을 말하는 건가요?

처음에 두 가지 언어를 섞어서 스크립트를 쓰게 된 출발점에는 LA에서의 경험이 있어요. 서울에 사는 저는 영어를 편하게 하는데, 정작 LA에 사는 아버지는 한국어를 쓰시는 상황이 재미있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업 중 LA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장소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캘리포니아 북쪽에 살던 때가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몇 년 전에 LA 한인타운에 처음 가게 되었는데 아주 이상했어요. 70, 80년대 서울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오래된 한국어 간판들과 CGV, 뚜레쥬르 같은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다 들어와 있었고, 일주일 방문하는 동안 딱 한끼 빼고는 전부 한식으로 먹었었죠. <나성>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설렁탕을 세 번이나 먹고요. 한 번은 아버지 친구분 댁에 갔는데, 호프집에서 골뱅이무침과 후라이드 치킨을 테이크아웃해서 집에서 케이팝스타를 보면서 하이트와 참이슬을 드시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40년, 50년씩 미국에서만 사셨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치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집에서는 케이팝스타를 보는 상황이 상당히 기묘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든 친구분들이든 정작 한국에 가서 살기는 싫으시다고 하시지요. 본인이 선택해서 떠났고 미국에 사는 것에 만족하심에도 불구하고, 한국 상황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생활양식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계시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이게 과연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개인적으로는 20년 동안 미국에 살고 있는 아빠를 보면서 드는 복잡한 감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작업들을 보면 감춰져 있던 기억이나 일상의 파편 등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특정 오브제와 무브먼트에 주입하여 형식화 시켜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이 현재의 어떤 관점이나 방향을 이야기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주입이라는 표현이 적확한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에서 시작하여 미술 안에서 어떠한 다른 차원의 것이 생성되는 것을 바라고 하는 것 같아요. 명확히 정의될 수 없는 것에 어떠한 형태를 주는 건 맞아요. 저는 현실에 있었던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나 기억으로 미술 안에서 어떠한 형식을 주고, 제 작업을 보는 사람에게 무엇인가가 발생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 5부작이 끝나면 앞으로의 작업 방향이나 계획이 있나요?

올해 초 일본에 레지던시를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제가 지역주민과 했던 워크숍에서 누군가를 만났어요. 나이도 성별도 사용하는 주언어도 다른데, 짧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뭔가 중요한 것을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만나서 퍼포먼스라는 형식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하나 제안했고 지금 아주 천천히 진행중에 있어요.

90APT 인터뷰를 하게 되셨는데 이 플랫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가를 소개하고 글을 쓰신다고 해서 미술이론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플랫폼일줄 알았는데 작업하는 분들이 운영한다고 해서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 어떤 이유에서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했습니다.